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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억의 문을 열다

by 나디아 writes 2024. 11. 2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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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 항상 궁금했다.

너와 나의 교집합이었던 시간과 기억은 대체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 생각했다.

아무도 가져가는 사람 없이 덩그러니 놓여지는 그것이, 

그 자리에 남아있으니

미련이라는 게 생기는 게 아니냐고. 

 

 

나의 것도, 너의 것도 아니어서 그 자리에 남아있는 그것 때문이니

둘 중 누군가가 갈무리해서 모두 가져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

그땐 어리고 아파서

그것에 대해서까지는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.

우리의 교집합에게서 손을 떼는 것이 '헤어짐'이라는 걸

그때의 나도 알고 있었고

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음에도

 

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게 쓸쓸해 보여 한 번씩 찾아가 가만히 들여다 본다.

 

자주 찾아가면 가는 길이 익숙해질까

오래 머무르면 길이 다져질까

노파심에

아주 가끔씩만 조심조심.

그러다 기억에서 잊혀지면, 다시 찾아가는 길을 찾기 힘들어 서글퍼진다.

기억을 잘 담아놓았다고 생각한 서랍이 여기였는지 저기였는지 기억나지 않아 닫았다열었다하는 것처럼,

이 길이었는지 저 길이었는지.

너도 나도 아무도 찾지 않아 그 자리에 덩그러니... 놓여있을 그 교집합이.

네가 그리워서라기보단 그때의 좋았던 시간과 어렸고 예뻤던 내가 애틋해져서

가끔은 찾아가 본다.

그것은 아무도 가져가지 못해 그 자리에 남아있으니

내가 그랬듯 너도

그 문을 수없이 들락거렸을지 모르나

같은 문을 같은 시간에 연다해도

우리는 더는 만나지지 않는, 다른 세계의 사람인 것이다.

 

네가 오는 길을 정돈해줄 수 없고 네가 오지 않는 것에 서운해해서는 안되는.

 

같은 문을 열어볼 수 있는 사이인 것에 그쳐야하는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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